
1. 불리불안 장애란?
소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불리불안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 해당한다. 수줍고 겁이 많은 아이들이 처음 유치원, 놀이방, 학교에 갈 때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지속적으로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억지로 학교를 보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경우는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를 '선생님이 무섭거나, 규칙이 엄격하거나, 숙제를 안 해서 벌 받을까봐, 친구들이 괴롭혀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는 애착대상과 떨어지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학교에 가기 힘들어할 수 있다. 설령 억지로 학교에 간다고 해도, 쉬는 시간마다 엄마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 안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아이들을 '학교 공포증'이나 '등교 거부증'으로 불렀으나, 이제는 보다 심리적이고 원인적인 측면을 강조한 '분리불안장애'라는 전문 용어로 진단한다.
2. 분리불안장애 원인
엄마와 아이 간의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되면 분리불안장애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양육 태도 역시 영향을 미치는데, 과도하게 간섭하거나 지나치게 보호적인 양육을 하는 부모의 자녀에서 분리불안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 구성원의 사망, 부모의 질병 치료, 동생의 출생, 엄마의 직장 출근, 이사, 전학, 부부 싸움 등 부모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외부 사건이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물학적인 요인도 분리불안장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상황이나 낯선 환경을 피하거나 저항하는 기질적 특성을 가진 아동은 분리불안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부모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도 분리불안장애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분리불안장애 아동은 이산화탄소에 노출되었을 때 공황장애 환자처럼 과민한 호흡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분리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아동기의 분리불안장애가 청소년기와 성인기 공황장애나 광장공포증으로 이어질 위험 요소로 보고되기도 했지만,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어 아직 명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3. 분리불안장애 주요 증상
분리불안장애를 겪는 아동은 자신이나 애착대상에게 불행한 일이 생겨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이거나, 애착대상에게 해가 닿을까 걱정하여 애착대상이 항상 곁에 있어야만 안심한다. 애착대상이 잠시라도 옆에 없으면 그 존재를 확인하려는 행동을 보이며, 혼자서 학교에 가거나 캠프, 친구 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예고될 때 심한 불안을 느낀다. 억지로 학교에 가더라도 애착대상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계속 불안해하며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잠잘 때 애착대상이 곁에 있어야 하고, 애착대상의 신체를 만지며 잠을 자며, 꿈 속에서도 애착대상과의 분리가 주제로 등장한다. 종종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해 부모의 관심을 끌고,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형제 간에 어머니의 사랑을 놓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애착대상과 떨어질 때는 슬픈 표정을 짓고 집중을 잘 하지 못하며, 강제로 분리되면 심한 저항을 하거나 때때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4. 분리불안장애 진단기준
애착대상과의 분리불안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심해져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분리불안장애로 진단된다. 소아의 경우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며, 성인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진단을 고려한다.
A. 애착대상과의 분리에 대한 불안이 발달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나타나며, 다음 8가지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 집이나 애착대상과의 분리 또는 분리가 예상될 때 반복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다.
- 애착대상을 잃거나 그에게 해로운 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걱정한다.
- 애착대상과의 분리로 인한 비현실적이고 지속적인 걱정을 한다.
- 분리불안으로 인해 집을 떠나 학교나 다른 장소에 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가기 싫어한다.
- 애착대상 없이 혼자 있을 때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거부한다.
- 애착대상이 없거나 집을 떠날 때 잠자기를 거부한다.
- 분리와 관련된 반복적인 악몽을 꾼다.
- 애착대상과의 분리가 예상될 때 신체적 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한다.
B. 증상이 소아청소년에서는 적어도 4주 이상 지속되어야 하며, 성인의 경우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C. 분리 불안으로 인한 고통이 사회, 학습, 직장 등 중요한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D. 상기 증상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 망상 환청을 가진 정신증, 광장공포증, 범불안장애, 질병공포증 등 다른 장애로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5. 분리불안장애 치료방법
아이의 등교 거부는 정신과적인 응급 상황으로, 우선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지지적 면담치료(놀이치료), 등교, 심부름, 잠자리 분리 등을 목표로 한 긍정적 강화법과 긴장이완요법, 체계적 탈감작법 등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학교에 가는 도중 아이가 집으로 공중전화를 걸거나, 휴대폰 또는 비퍼를 이용해 엄마와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엄마와 아이가 병적인 공생 관계를 형성한 가정에서는 가족 전체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분리불안장애 아동은 부모와의 분리를 두려워해 학교 생활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교사들에게도 아이의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유익하다.
약물치료는 아이의 나이와 증상 정도를 고려하여 선택하며,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사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플루옥세틴이나 플루복사민과 같은 약물이 위약군에 비해 효과적인 결과를 보였다. 증상이 심각하여 등교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입원 치료 시 아이가 심한 저항을 보이고, 때로는 부모가 아이와의 분리에 더 큰 저항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입원, 면회, 외출, 외박)을 통해 증세가 점차 호전된다.
<경과 및 예후>
나이가 들면서 등교 거부와 같은 전형적인 증상은 덜 나타나지만, 캠프나 이사, 기숙생활, 배우자의 출장, 자녀의 출가 등에서 심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일부는 자연스럽게 회복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나이가 들면서 다른 불안장애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다. 분리불안장애와 공황장애의 연관성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도 있지만,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예후는 발병 시기와 공존하는 불안장애나 우울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어릴 때 발병하여 어느 정도 학교에 갈 수 있다면 예후가 더 좋다. 적대적 반항장애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 예후가 나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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